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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무서울 땐 좋아하는 것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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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세 번째 치아를 뺐다.
첫 치아를 뺄 땐, 나도 모르게 우울감이 밀려왔다.
‘아,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
한 부분을 영영 잃는 기분이 이토록 쓸쓸할 줄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치아 문제는 몇 년 동안 나를 괴롭혔다.
재신경치료를 받았지만, 잘못된 병원을 택하는 바람에
아픔은 아픔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그리고 결국엔 임플란트까지 가게 됐다.

이번에도 치과에 가기 전, 무서운 마음이 먼저 찾아왔다.
그때 나는 린지에게 물었다.
며칠 전 유치를 뺀 린지에게.

“엄마는 무서워. 어떻게 하면 덜 무서울까?”

린지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머릿속으로 좋아하는 걸 생각하면 돼.
그리고 의사가 쓰는 도구는 보지 말고,
좋아하는 것만 보면 돼.”

나는 순간 멍해졌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불안한 엄마를 위해, 어린 딸이 건네준 말은
그 어떤 처방보다도 따뜻하고 깊었다.

치과에 가는 길, 나는 린지의 말을 떠올렸다.
‘좋아하는 걸 생각하자.’
‘좋아하는 것만 보자.’

그 순간, 나는 무서움보다도
그 아이의 말이 내 마음을 얼마나 든든하게 해주는지를 느꼈다.

나는 지금, 조금씩 강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린지 덕분에
다시 다정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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