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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하루의 마무리를 일기로 하던 때가 있었다. 어떻게 놀았던, 무슨 일이 있었던, 매일 같이 써야했던 숙제. 그 어린시절 긴 하루를 보내고도 써야할 게 없으면,, 동시를 끄적여서 일기장의 빈 공간을 채우곤 했다.
정해진 일기장이 없는 요즘, 어떻게 내 하루가 흘러갔는지, 난 무얼 했는지조차 모르겠는,,
그래서 시작한 매일 일기쓰기. 처음엔 이벤트를 중심으로 썼다. 늘 하듯, 여행을 가고, 맛집을 간 이벤트를 중심으로 쓰다보니, 그냥 말리부 집 거실에 앉아 소소하게 보낸 내 하루는 그냥 흘러가고 만다. 그렇다면 난 그 하루는 잘못 보낸 것일까? 아무것도 안한 것일까? 그렇다고 내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왠지 모르게 심오하다.
어릴 때는 아무런 이벤트가 없어도, 주위가 늘 새로운 자극이고,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가 이벤트고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일에 꺄르륵 웃기도 하고, 그게 나의 일기가 되어 나의 페이지를 장식하곤 했는데,,
지금은 돈을 들여 맛집을 가거나,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하루의 페이지를 기록할 수 없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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