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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inside "행동너머 아이의 마음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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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Good Inside』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한 줄, 한 줄이 너무 공감되고, 앞으로도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해서 곱씹어 읽고 싶은 책이다. 아마 다 읽고 나면 한 번 더 읽게 될 것 같다. 지금은 Part 7을 읽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우연히 유튜브가 추천해준 영상에서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님의 「어쩌다 어른」 강연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나의 '메모 철학'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기억하기 위한 메모'를 했다면, 이제는 '지금 느낀 것을 나의 뇌에 각인해서 다시 밖으로 꺼내는 메모'를 하고 있다. 『Good Inside』도 그런 방식으로 읽고 있다. 한 파트를 눈으로 따라가며 읽고, 파트가 끝나면 느낀 점을 적는다. 

특히 Part 7에서 와닿았던 내용은, 아이의 나쁜 행동은 그저 표면일 뿐이라는 메시지였다. 그 안에는 분명 'good inside'가 있고, 내가 그 아이의 감정과 내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 너머에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너그러운 해석(most generous interpretation)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거의 한 달 정도, 학교 픽업 시간마다 린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차에 타기 싫다고, 냄새가 난다고 말하곤 했다. 린지는 평소에도 냄새에 민감한 아이여서, 예전에도 택시나 버스를 타면 힘들어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차에서도 그러니, 처음엔 걱정보다는 짜증이 먼저 났다.

청소를 하고, 과자 부스러기를 치우기보다, 왜 또 차에서 그러냐며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냄새가 난다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제대로 앉지 않으려 하고, 괜히 시간을 끌며 차 타기를 미루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점점 짜증이 났다. 그날 내 기분이 좋지 않으면, 린지도 집에 와서 더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게 되었다. 서로의 감정이 자꾸만 엇갈리는 날들이었다.

그런데 어제, 린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차를 멀리 대지 말고, 조금 늦더라도 학교 게이트 앞까지 데리러 와 줘."
그 말에 문득, ‘나도 그게 훨씬 편한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대로 해보았다. 모든 스쿨버스가 빠져나간 뒤 차를 들여보내주다 보니, 평소 픽업 시간보다 2~3분 늦게 도착했지만, 린지는 안전하게 오피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날은 차 냄새에 대한 말도 없었다. 오히려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신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거렸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조금만 기다려주면, 우리 모두 편할 수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고 왜 나는 계속 짜증만 냈을까.
학교가 끝나고 피곤한 상태에서 땡볕에 린지가 언덕길을 오르느라 너무 힘들었던 것일 수도 있는데 나는 린지의 입장에서 한번 더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린지가 말해준 이 방식대로 픽업을 하기로 했다.

Good inside 에서 저자가 말하듯이, 나쁜 행동이라고 그 나쁜 행동을 조절해야한다고만 생각한다면, 결국 그 아이의 감정이나,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다른 보상 체계나 체벌 체계로 그 나쁜 행동을 고친다하더라도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 본 것이 아니므로, 다른 나쁜 행동들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린지가 차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고, 타기를 미루고, 짜증을 내는 모습은 그동안 내가 ‘버릇없는 행동’처럼 느꼈다. 그런데 『Good Inside』를 읽으며 깨달았다. 그건 ‘나쁜 행동’이 아니라, 린지가 느끼는 불편함을 표현한 방식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사실 문제는 린지의 말보다도, 그 말을 듣고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만들어낸 분위기였다. 나의 짜증이 린지의 감정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매일 서로 안 좋은 감정을 주고받고 있었다. 결국 그 상황을 나쁘게 만든 건 린지의 말이 아니라, 내 해석과 반응이었던 것이다. 『Good Inside』의 말처럼, 행동은 표면일 뿐, 그 안에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좋은 의도’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린지도 불편한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그걸 받아주기보다 눌러버리려 했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르게 봤더라면, 우리 둘 다 훨씬 덜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또 하루 반성하고 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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