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육아를 시작하고부터는 그저 ‘좋아하는’ 수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다. 손에 잡는 책도 대부분 육아서였고, 집중해서 한 권을 온전히 읽는다는 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의 중요성은 머리로는 늘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깊은 상처 속에서, 누군가는 삶의 전환점 앞에서 책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고 했다. 그 말들이 틀리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내 가슴 깊은 곳에서 그게 정말 ‘나의 이야기’가 된 건 최근의 일이다.
돌아보면 20대 시절에도 책은 나에게 작은 등불 같은 존재였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서투름 속에서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나에게 용기를 주고, 방향을 잡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땐 그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금 책을 읽으면서 그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최근 들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상하게도 자주 마음이 움직인다.
여러 권의 책에서 서로 다른 문장을 만났는데, 어쩐지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할 때, 책을 읽으면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혼자 고민만 할 때는 막막했던 일들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정돈된 형태로 생각이 이어진다.
책은 결국, 나에게 말 걸어주는 친구 같다.
내가 말하지 못한 감정에 먼저 이름을 붙여주고, 내가 보지 못한 방향을 가리켜주는 친구.
어쩌면 나는 다시 책을 통해, 나를 찾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카테고리 없음
책이 나에게 길이 되어준 순간
반응형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