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집에 왔다. 사실 집에 온 지는 5일 정도 지났다. 하지만, 이제야 집 같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22.02.09 한국으로 출국하여 길고도 짧은 6개월의 여정이 후딱 지나갔다. 정말 정말 추운 겨울 날 한국에 입국해서, 정말 정말 무더운 한 여름에 홍콩으로 들어왔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냉동실을 지나가는 듯한 오랜만의 한국의 겨울 추위가 피부로 느껴졌던 인천 공항 주차장의 공기가 지금도 생각난다. 그리고 신라스테이 앞에서 아버님과 작별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글썽였던 그 순간의 찜통같은 공기가 아직도 덥게 느껴진다. 정말 빨리 말리부에 들어오고 싶었지만, 1주일의 호텔 격리라는 가혹한 감빵 체험을 하게 되었다. Langham 이라는 좋은 호텔에서 일주일 호캉스를 누리고 집으로 들어가자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정말 다른 1주일이었다. 나가지도 못하고, 할 것도 없고, 삼시 세끼 밥 주는 시간 "띵똥" 벨 소리만 기다리는 신세랄까? 밥도 내 입맛에 썩 맞지도 않았지만, 그것만이 하나의 이벤트였기에, 띵똥 벨소리가 반갑게 느껴지더라... 1주일을 겨우겨우 견디고 나와 이틀 후 홍콩 격리는 3일로 완화되었다. 아깝다! 하지만, 어쨌든 다시는 그런 격리를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랭함에서 리무진 서비스를 해준 덕분에, 집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6개월 간 비운 집은 어떨까 넘 궁금했다. 생각보다는 양호했고, 생각보다는 심각했다. 곰팡이가 여기저기 피어있으면 어떡하지 걱정했었는데, 식탁의자만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있었다. 그 식탁의자는 평소에도 버리고 싶었는데 아까워서 못버리고 쓰고 있던 거라, 오히려 반가워하며 냉큼 갖다 버렸다. 그 외에는 더러운 곳도 없고, 괜찮았다. 하지만, 6개월 간 환기를 하지 않은 집은 약간은 쾨쾨한 냄새가 났다. 환기를 많이 한다고 했는데도 우리 모두 코가 따갑고, 린지는 콧물과 재채기를 연신 해댔다. 이틀 동안, 창문을 열어두고, 컨시어지에 사다리를 빌려 에어컨 청소를 정말 깨끗하게 한 후, 안전한 우리집이 되었다.
린지도 집에 와서 안정되는지, 집에 온 지 5일째, 울지도 않고, 잘논다. 잘자고, 잘먹고! 격리 후 9일째, 12일째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PCR테스트도 오늘로 끝났다. 린지는 정말 무섭다고 걱정하더니, 오늘 항하우 테스트센터에서는 잘받고 간지러웠다고 기분 좋아했다.
이제 좀 안정적으로 지내볼까? 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호주행 6개월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아. 인생은 정말 계획대로 되는 게 없구나! 이제 8월 말부터 린지 ESF에 보내고, gym도 등록해서 운동도 하구 계획했는데..... 이럴 수가! 하반기!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