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을 처음 알게 된 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캐세이 퍼시픽 홈페이지를 구경하다 우연히 본 걸지도, 아니면 여행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정해졌다. 요즘 홍콩에서 말레이시아로 회사를 옮기는 기업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실제로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얘기도 종종 들리다 보니 페낭이 자연스럽게 더 궁금해졌다.
페낭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말레이시아 페낭은 말레이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주로, 본섬인 페낭 아일랜드와 본토 지역인 세베랑 프라이로 구성되어 있다. 조지타운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 전통상점, 스트리트 아트 등이 유명하다. 아시아 최고의 길거리 음식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로컬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차콰이띠아오, 아삼락사, 나시르막 등이 대표적이다. 자연과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바투페링기 해변, 페낭 힐, 국립공원 등에서 휴양과 트레킹도 가능하다. 세계문화유산 도시, 아시아 최고의 길거리 음식 천국, 그리고 자연과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해변까지! 이 모든 매력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다니,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의 숙소는 바투 페링기 해변에 위치한 *샹그릴라 라사 사양 리조트(Shangri-La Rasa Sayang Resort)*로 정했다.기본 객실 요금은 약 25만 원대였고, 우리는 킹 사이즈 침대에 싱글 침대 두 개가 추가된 패밀리룸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가격은 약 10만 원 정도 더 비쌌다. 막상 묵어보니, “굳이 10만 원 더 주고 이 방을 선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남편은 방이 훨씬 넓고 여유 있어서 그 차이가 충분히 값어치 있다고 했다. 여행 스타일에 따라 느끼는 만족감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가족 모두가 편안한 밤을 보냈다는 것.
이번 여행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린지와 함께 해양 스포츠를 즐겼다는 것이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나는 패러세일링, 시원하게 튀어오르는 도넛보트까지 경험했다. 물에서 노는 걸 워낙 좋아하는 아이지만, 이렇게 다채로운 해양 액티비티를 해본 건 처음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린지는 패러세일링을 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지 업체에서 린지도 탈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도 도전해보게 되었다. 하늘을 나는 그 순간, 린지는 너무도 신나고 즐거워했다. 내려오자마자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한 번 더 태워주었다. 다음 날, 내가 마사지를 받으러 간 사이에도 린지는 아빠와 함께 또 한 번 하늘을 날고 왔다. 하늘을 나는 경험은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린지가 이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어서 나도 무척 행복했다. 아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행의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행 마지막 날, 조지타운 프라이빗 투어를 신청해 약 4시간 동안 도시를 둘러보았다.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알려진 곳이라 기대가 컸지만, 솔직히 말하면 굳이 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날씨는 숨이 턱턱 막히게 더웠고, 조지타운까지 가는 길도 차가 막혀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은 린지에게 꽤 지루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라기에 기대했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먹을 기분조차 들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도심을 다 둘러보기보다는 리조트에서 푹 쉬는 쪽으로 여행 방식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홍콩에서 워낙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은 터라, 현지 음식에 대한 감흥도 덜했다. 락사도 먹어보고, 이름 모를 음식도 시켜보았지만... 아쉽게도 모두 내 입맛은 아니었다. 미식의 도시라는 말에 고민 없이 시켰던 것들이라 더더욱 실망이 컸다. 발리나 푸켓에서의 음식과 비교하면 확실히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타운이 속한 말레이시아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전반적으로 도시가 깔끔하고 치안도 좋았으며, 영어와 중국어가 잘 통하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이민 와서 살기에 좋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마사지나 음식 가격도 푸켓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어서, 은퇴 후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 마지막 밤, 리조트 라운지에 들러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정리했다. 잔잔한 멜로디 속에서 이번 여행을 곱씹어 보니,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여유와 쉼, 그리고 린지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 남았다. 잘 쉬고, 잘 놀고, 많이 느끼고 돌아가는 여행이었다. 이래서 또 여행을 떠나게 되는 걸까.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싸고 새벽 5시에 공항으로 나서는 그 여정은 늘 쉽지 않다. 분명히 피곤했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또다시 비행기 표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여행을 가는 걸까?’ 아마도 낯선 곳에서의 작은 설렘, 일상에서 벗어난 짧은 숨 돌림,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나와 가족의 모습 때문 아닐까. 힘들어도 결국 또 떠나게 되는 이유, 그건 여행이 주는 마법 같은 시간 덕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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